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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욕을 한 후엔 욕조에 있는 물을 버리기가 아까워서 그대로 두었다가 걸레 등을 빨곤 한다. 바가지로 욕조의 물을 퍼 쓰는데 갑자기 '이거 우물 같잖아!'라는 생각이 들면서 초등학교 시절 외갓집에 갔을 때 물을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리던 그 시절 장면들이 생각난다. 


오늘도, 8090메모리즈호 출발, 우욱~


외갓집에 대해 가장 기억에 남는 시절은 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내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여름방학이다. 당시 남동생은 4살이었고, 부모님은 부도를 맞아 약 2달동안 우리를 시골에 보내야만 했다. 후에 다시 서울로 돌아갔을 땐 우리 집은 없어지고 어느 집 반 지하로 이사가 되어있었다. ㅠ.ㅠ 


그건 그렇고, 엄밀히 말해 우리가 2달동안 머물던 곳은 엄마의 친정이 아닌 외할아버지의 남동생, 즉 나에겐 작은 외할아버지 댁이었다. 


그 즈음 작은 외할아버지의 딸, 내게 있어선 이모가 우리 집에 같이 살았는데 아마도 엄마는 늙으신 친정부모님께 우리를 의탁하기보다는 이모가 더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작은 외갓집을 선택하셨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더 익숙했던 곳은 아무래도 외갓집이었으니 자주 놀러 가곤 했었다. 그래서 나에게 에피소드가 더 많은 우물은 외갓집 우물이다. 


외갓집 우물 속엔 로보트 장난감부터 비누, 삼푸통, 심지어 팬티까지 여러가지를 빠뜨렸었다. 일부는 두레박을 사용하여 건져냈지만 대부분의 것들은 건져내지 못하고 그대로 우물 속으로 가라앉아버렸다. 할머니는 얼마나 짜증났을까... 그래도 먹는 물인데... 


얼마 전에 <역사스페셜 : 신라 우물 속 아이의 미스터리>를 보았는데, 그 시대에 우물 속에 '아마도' 나라의 큰 일을 극복하기 위해 그릇, 동물 등과 함께 10세 전후로 추정되는 여자아이를 제물로 바친 듯 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우리들의 물건들은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일부러 빠뜨린 것들은 아니지만 1,000년이 지나고 혹은 2,000년이 지난 후 혹시라도 유물로 발견된다면 그 시대 어린 아이들은 로보트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고 추정하겠지? 뭐… 요즘 시대는 워낙 기록이 잘 되어 있으니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우물 옆에는 시멘트로 만들어진 둥근 욕조 같은 게 있었는데 우리는 그 안에 우물물을 길러 채워넣고 물장난을 치고 놀았다. 그게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너무 논 탓에 배탈이 나서 밤 새 설사를 했고, 당시 화장실은 집 밖에 푸세식 화장실이라 마당 한 귀퉁이에서 볼 일을 봤고 할머니는 삽으로 엎곤하셨다. 안 그래도 피곤하셨을텐데 나 때문에 밤새 잠도 못 자셨을 생각을 하니 참 죄송스럽기만 하다. 


오래 전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모두 돌아가셨다. 그리고 외갓집은 폐가로 방치되고 있었다.





2006년에 방문했던 외갓집이다. 당시 이 집은 누군가에게 팔린 상태였다. 그 이후로 외갓집이 있던 동네엔 가보지 못했다. 앞으로도 갈 일이 있을까 싶다. 





사진을 정리하다 발견한 소의 사진을 보니 어린 시절, 남동생과 함께 뛰어다니던 외갓집 동네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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