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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에 위치한 '종로할머니 손칼국수'에 가봤다. 약 두세달 전부터 듬직한 면빨의 칼국수가 그렇게 땡겼는데 참고 또 참다가 기어이 맛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장마기간이라서 비가 주륵주륵 올 줄 알고 약속을 잡았건만, 비는 커녕 완전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이었다. 


날은 덥지만 식당에 가면 웬지 에이컨 때문에 시원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는데 그게 맞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인 12~1시를 가볍게 패스하고 약 1시 20분정도에 도착하고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블로그 검색해보니 줄 서서 기다리는 사진들이 많던데. 


같이 간 분은 칼제비를, 나는 칼국수를 시켰다. 





응? 그런데 웬지 칼제비가 두 그릇 나온 건 같은 느낌... 칼국수에 서비스로 수제비를 조금 넣어줬다쳐도 그 양이 너무 많은 것이... 






그래서 직원 분에게 도데체 어떤 게 칼국수냐고 물어봤는데, 나 그렇게 화난 목소리로 물어본 것 같지 않은데 이렇게 대답하셨다. 


"칼국수에도 수제비가 좀 들어가요."


그래도 의아한 마음에 '그렇다해도 수제비가 너무 많은데요?'라고 하니 앞접시 하나를 가져다주시면서 '수제비가 싫으시면 빼고 드세요.'라고 했다. 


-.-; 


난 수제비가 싫다고 하지 않았는데... 단지 칼국수가 어떤 건지 알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뭐.. 그냥 먹기로 했다. 옆 테이블을 보니 칼국수엔 우리처럼 수제비가 많이 나오지 않더라. 빤히 쳐다보는 게 좀 그래서 슬쩍슬쩍 보느라 자세히는 못 봤지만 수제비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것은 분명 칼제비다, 라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나쁘지 않았다. 칼국수와는  달리 얇은 두께를 자랑하는 수제비는 또 다른 식감을 주었고 칼국수 역시 가지런하지 않은 두께들로 하여금 씹는 느낌을 재미있게 해주었다. 난 칼국수는 울퉁불퉁하고 넙적한 게 좋더라.


사실 내가 두껍고 넓은 칼국수를 좋아하는 줄은 몰랐는데 남대문시장에 있는 '한순자 할머니 손칼국수'에 가서 칼국수를 먹어보고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입 안 가득 우물거리게 되는 그 거친 맛이라고 할까? 아마 그건 우동이랑 또 다른 식감일 것이다. 우동은 딱 봐도 잘 빠졌잖아. 


관련 글 : 

2011/07/13 - 냉면은 무조건 서비스~ 낑겨먹는 즐거움, 한순자할머니 손칼국수(남대문시장)


국물은 은은하게 멸치맛이 난다. 내가 생각하는 수제비의 매력은 역시 칼국수보다 더 많은 국물이 딸려온다는 것인데 이건 두께가 얇을 수록, 그래서 수제비가 흐물흐물 접힐 수록 더 많이 머금는 것 같다. 그리고 입에 넣고 씹으면 더 맛있다고나 할까. 그런 이유로 '결론적'으로 칼제비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다. 나더러 칼제비를 꼭 먹으라는 종로할머니의 계시였다고 생각하련다. 






칼국수나 칼제비나 5,000원인데 양이 어마어마했다. 물론 마음먹고 덤비면 못 먹을 양은 아니지만, 아는 사람은 아시겠지만 내가 다이어트 중이라 1/2정도 먹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양이 적은  두 명이 간다면 국수 한 그릇에 만두를 시키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어떤 테이블은 각 한 그릇에 만두 반접시, 추가하던데. 


+_+b 나도 다이어트 아니였으면 욕심내서 만두까지 시켰을지도 모르겠다. 





뭐랄까, 먹은 직후 진짜 서민스러운 맛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울퉁불퉁한 칼국수의 식감과 국물을 머금은 얇은 수제비의 맛이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뭐, 나는 서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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