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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지금은 큐레이션 시대이니 큐레이션을 이렇게 저렇게 비즈니스에 응용해보시오~' 라는 걸 기대하고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내 사정이 어떻게든 내 일을 업시켜야할 시점이라 그런지 세상을 죄다 비즈니스 관점으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함정은 이 책의 부제가 ‘매일 쏟아지는 정보 더미 속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얻는 방법’이었다는 거. 하기사 꼭 필요한 정보만 잘 찾아도 비즈니스엔 큰 힘이 되니까.

그런데 반전은 이 책을 덮으면서 일어났다. 뭔가를 내가 깨달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잘 풀리지 않고 있던 책 구성에 큰 힌트를 주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정보를 얻는 방법을 획득한 게 아니라 큐레이션이라는 트렌드의 속살을 보게되었달까? 덕분에 새로운 책의 컨셉과 목차와 샘플원고까지 촤르륵 써 볼 수 있었다. 브이브이~

자, 이제 나를 자극한 3가지 요소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내가 선택한 이 책의 3가지 핵심과 그에 따른 내 생각을 쓸 예정이다. 여러분들에게도 큰 힌트가 발견되는 기쁨이 있으시길!



큐레이션의 시대

저자
사사키 도시나오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2-03-30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IT 전문 기자들이 선정한 미래를 이끌어 갈 정보 문화 트렌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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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오톱, 작은 생태계의 출현

요거요거 멋진 개념이었다. 물론 예전에도 있었던 개념이지만 ‘큐레이션의 시대’를 쓴 저자가, 혹은 번역자가 나랑 꿍짝이 잘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제 이해할 때가 와서 이해가 된 건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이 책에 쓰인 ‘비오톱’의 뜻은 아래와 같다. 살짝 발췌해본다. 


37p. 

"이 책에서는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장소’를 ‘비오톱(biotope)’이라고 부를 것이다."

38p.

"환경 보호 선진국인 독일에서 나온 개념으로 그리스어로 생명을 의미하는 비오스와 장소를 뜻하는 토포스가 합쳐져 ‘유기적으로 결합되고 다양한 종의 생물로 구성된 생명군의 생식공간’이라고 정의된다. 작은 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의 단위라고 표현해도 괜찮을 것 같다. 다양한 생물들이 어울려 살고 있는 숲 속 어딘가의 연못이나 습지대가 비오톱의 좋은 예가 될 것이다."

39p.

"인터넷이 출현하면서 커다란 비오톱은 산산조각이 났다. 매스 미디어 이외의 비오톱이 무수히 생겨났기 때문이다."


아, 지금 생각해보니 ‘생태계’라는 단어가 내 이해도를 단박에 끌어올린 거 같다. 예전에 한국에 트위터가 상륙하고 유저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시점에서 트위터 관련하여 강의가 있었다. 그 때 나를 깜짝 놀래킨 단어도 바로 ‘생태계’였다. 트위터가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렇게는 죽었다 깨어나도 생각하지 못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 좌절감과 더불어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니! 라는 경외심까지 동시에 들었다.

잠깐 정리하자면 트위터는 트위터를 활용하여 다양한 서비스(서드파티라고 한다)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나중엔 서드파티들을 함부로 대해서 거시기해지긴 했지만 그 땐 그걸 ‘생태계’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정말로 신기했었다. 역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어. 

그러면서 풀리지 않던 문제의 실마리가 잡혔다. 그래, 이젠 비오톱의 세상이지!


2. 관점에 체크인

이 책을 읽으면서 전율을 느꼈던 최고 핵심 키워드. ‘관점에 체크인’. 아아~ 어떻게 이런 표현을!!! 이 사람 어떻게 이런 표현을! 이야기는 포스퀘어로 시작한다. 잘 알다시피 포스퀘어는 장소에 가서 체크인을 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다. 나도 몇 달 전까지만해도 여기 저기서 체크인을 했는데 요즘은 관뒀다. 저자는 여기서 ‘체크인’이라는 단어를 가져온다. 

그 다음엔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 이야기를 꺼낸다. 예전에 나도 봤던 영화로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람들이 ‘존 말코비치’라는 사람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 그가 보는 것, 듣는 것 등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뭔가 묘한 영화였다. 여기서 저자는 ‘관점’이라는 단어를 가져간다. 

우리들은 블로그나 SNS에 괜찮은 글을 올리는 사람이나 친한 친구들의 생각들을 보기위해 그들을 팔로잉한다. 이게 ‘관점에 체크인’하는 거란다. 무슨 말이냐고? 그러니까 블로그나 SNS 운영자가 바로 존 말코비치인 셈이다. 블로거나 트위터리안들은 자신의 관점으로 정보를 선택하고 공유하거나 생각을 정리해서 올린다. 이 관점을 팔로잉이라는 행위를 통해 마치 사람들이 존 말코비치의 머리 속에 들어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본인이 받아들이 듯 정보나 지식을 흡수하는 것이다. 

큐레이터는 바로 블로거나 트위터리안,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사람은 뭐라고 부르지? 페이스부커? -.-; 암튼 그런 사람들이라는거다. 그래서 퀄리티 높은 관점으로 정보/지식을 제공하는 사람은 수많은 팔로워를 가지게 되는거다. 단순히 인터넷에 흘러다니는 정보를 스크랩 혹은 공유해두는 게 큐레이션은 아니다. 관점이란 콘텍스트를 부여하는 사람들의 행위인 것이며 큐레이터는 이 관점을 가지고 큐레이션하는 사람이다. 

아웃사이더 아트라는 게 있단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치료의 목적으로 그린 그림인데 여기에 모리와 시미즈라는 사람이 콘텍스트를 부여하여 아트의 한 장르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게 큐레이션이다. 환자들이 그리고 만든 것을 ‘작품’으로 본 것이다. 


200p.

" '정신질환자의 작품을 예술로 본다'라는 관점에 여러사람이 체크인하여 그 관점에 많은 지지자를 확보하게 되고 이것이 각지의 정신병원에도 확산되어 알로이즈처럼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이 대량으로 발굴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해석 멋지다. 비오톱 세상이 도래했으니 자신에게 잘 맞는 비오톱을 선택해서 그 곳의 이야기를 자신의 관점으로 잘 큐레이션하면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말과도 같다. 생각해보니 이 지점에 비즈니스 팁이 있구만. 


3. 플랫폼, 비오톱, 큐레이션, 팔로워

저자는 비오톱, 큐레이션, 팔로워까지 쭉 설명하더니 끝에 가서는 ‘플랫폼’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플랫폼을 이야기하면서 몽고제국을 예로 든다. 나도 자세한 역사는 모르지만 몽고가 엄청난 땅을 차지했던 그 때 있잖은가. 그 때 몽고는 경제의 네트워크를 지배하면서도 각 지역 문화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았단다. 그래서 서로 다른 국가였을 땐 융합되지 못했던 문화가 몽고에 의해 뭉쳐지고 섞이면서 다양한 문화가 생겨났다고 한다. 그게 플랫폼이란다. 

오웅…! 이 이야기를 들으니 칭기즈 칸부터 몽고제국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빵, 들었다. 정리하자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플랫폼은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 


268p.

  • 첫째,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가질 것.
  • 둘째, 사용하기에 대단히 편한 인터페이스를 실현시킬 것.
  • 셋째, 플랫폼 위의 플레이어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허용력을 가질 것


몽고제국같은 플랫폼을 내가 어떻게 만들어… 아오… 나름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했던 창업초기가 생각난다. 지금의 스타트업에게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문장이다. 내가, 아니 우리가 과연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가질 수 있는지…! 맨 땅에 헤딩해서 이뤄내는 사람도 많지만 심각하게 검토를 해봐야하는 문제다.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가지려면 그만큼 가치가 있어야 한다.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가치, 기업을 이끌고 갈 수 있는 리더쉽, 대단히 편한 인터페이스를 포기하지 않는 뚝심, 플레이어들을 자유롭게 놔둘 수 있는 포용력… 등등등. 

내 깜냥을 알고 재빠르게 포기한 내가 기특해지는 부분이다. 쯔압. 그러면서도 왜 이렇게 씁쓸해지는지… 

저자는 플랫폼, 비오톱, 큐레이션, 팔로워를 이렇게 설명한다. 죽인다. 이걸 많은 것에 적용시킬 수 있을 것 같다. 


272p.

  • 세계의 정보를 유통시키는 거대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 그 위에 형성되어 가는 무수한 정보의 비오톱
  • 비오톱에 접속하여 관점을 제공하는 무수히 많은 큐레이터
  • 그리고 큐레이터에 체크인하여 '정보'를 얻는 팔로워


4. 생각요약

대부분의 사람은 큐레이터, 아니면 팔로워다. 아니 대부분 큐레이터이자 팔로워다. 그리고 우리는 여러 개의 비오톱에 속해있다. 서로 큐레이션해주고 받으면서 비오톱은 성장하는 것이다. 책에는 그래서 어떻게 해야한다는 식의 조언은 거의 없다. 그냥 저자가 바라보는 세상을 알려주고 있다. 이 지식을 어떻게 써먹을지는 독자에게 달려있는 것이겠다. 처음에는 뭔가 마음에 안들어서 ‘뭐야 이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을 덮을 때는 상당한 도움을 두둑히 선물받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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