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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때는 반항도 하긴했지만 나란 인간, 대체적으로 모범생에 가까웠다. 여기서 스스로 나를 정의한 모범생이란 나보다 권위있는 사람들의 말을 ‘비교적’ 잘 듣는 아이를 말한다. 교육이란 학문을 가르치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회가, 정치세력이 원하는 사람을 만들기 위한 것도 포함된다. 그 범주에서 보면 나란 인간, 교육이 잘 된 인간이다. 말 잘듣는, 군소리없이 따르는 그런 인간이 다루기 쉬울테니까. 


가정교육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 부모님은 나에게 자립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으셨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자주 나오는 오은영 박사는 일전에 무한도전에 나온 적이 있다. 무도 멤버들이 유치원에 가서 일일 선생님 역에 도전하는 이야기였는데 예행연습을 위해 오은영 박사가 등장한 것이다. 하하가 아이가 잘못했을 때 어떻게 혼내야하냐고 질문하자 오은영 박사는 ‘아이는 혼내는 게 아니다. 가르쳐줘야한다’라고 말했다. 뒤돌아보면 울 엄마는 제대로 가르쳐준 게 아니라 그저 혼내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물론 이제는 이해한다. 밥 벌어먹기도 힘든 생존의 시대에 자식에게 제대로된 교육을 시킬 정신적, 신체적 여유가 어디있었겠는가. 


내가 학교교육, 가정교육을 통해 양산된 모범생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스무살이 넘어서야 알았다. 좀 더 뼈져리게 느낀 건 서른살이 넘어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는데 길들이는 교육을 꾸준히 받아왔으니 그 벽을 깨기가 쉽지 않다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실제로 내 스스로 뭔가를 하고 있자면 아직도  ‘혼날 것 같은’ 느낌들이 훅 들어올 때가 있다. 엄마는, 선생님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혼을 냈다. 나는 그게 여태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이제 나를 혼낼 사람은 별로 없지만 여전히 나는 혼날까봐 겁을 먹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2009년에 출간되었으니 이 책의 주인공인 보라는 이제 이십대 중반일 것이다. 보라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났다. 장장 8개월동안 인도를 비롯한 8개국을 혼자 여행했다. 내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문제가 이 책에서도 종종 나왔는데 이제 나는 답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 고민은 이것이다. “여행은 왜 하지?"


보라도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했고 사람들로부터 ‘터닝포인트’가 되었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잘 모르겠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 보라만큼 여행을 해보진 않았지만 딱히 여행이 내게 터닝포인트가 된 적도 힐링이 된 적도 없다. 그래서 왜 여행을 할까? 왜 사람들은 여행을 가는걸까에 대한 해답을 얻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끝부분을 본 후, 보라가 그걸 깨달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알게되었다. 여행 그 자체는 아무 느낌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뭔가를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은 계속해서 자발적으로 뭔가를 하면서 삶을 살아갈 확률이 높다라는 거다. 그러니까 여행은, 관광이 아닌 내 스스로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다니는 여행은 가랑비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하지 않는가.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자발적이 될 순 없다. 꼭 해외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동네여행을 하면서 아주 사소한 것부터라도 스스로 해결해보는 연습을 해야 스스로의 삶을 설계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거다. 


실제 보라는 ‘로드스쿨러’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친구들과 함께 만드는 등 자발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해나갔다. 보라 뿐만 아니라 로드스쿨링을 한 친구들의 성향이 대부분 그러해서 팀프로젝트도 시너지를 일으키며 활활 타올랐다. 나는? 그 나이 때 나는 교육의 사각통에 갇혀 진부하고 한계선이 명확한 생각따위나 하고 살았다. 물론 지금도 그럴 때가 많다. 보라가 부러운 건 앞으로 내 나이가 될 때까지 자발성이 쌓여 내공이 깊어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쌓이고 쌓여 더 크고 더 의미있는 일들을 척척 해낼 것이다. 


교육은 ‘나를 따르라~’여서는 안된다. 사람들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억압하지 않고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인도해주어야한다. 하지만 우리는 초등학교 나오고, 중학교 나오고, 고등학교 나오고, 또 대학을 나오기 위해 자아를 꾹꾹 가둬버린다. 처음엔 부모나 학교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가두었지만 나중엔 내 스스로 날 가두게되는 빌어먹을 모범생이 된다. 


여행은 익숙하지도 쉽지도 않은 문제들 속으로 들어가는 행위이다. 생각해보시라. 여행이 늘 즐겁기만 했던가 말이다. 희노애락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여행이고 그 곳이 곧 로드스쿨인 셈이다. 게다가 즐거운 학교이니 아니 좋을 수가 있겠는가. 돈만 있다면 맨날 다니고 싶은 학교지. 


그래, 그래서 나는 미니북 프로젝트를 한다. 전자책이 내 삶의 학교 등록금을 대주는 그 날을 위해. 


참, 자발적인 삶엔 반드시 책임이 따른 다는 거 잊지말자. 책임까지 지는 게 자발성의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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