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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나와 4살 어린 동생은 외갓집으로 보내졌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엄마의 엄마의 집이 아닌 엄마의 아빠의 동생(우리는 작은 외할아버지라 불렀다)의 집에 보내졌다. 그곳에서 이모(작은 할아버지의 딸)와 함께 한달정도를 살았다. 이모는 서울 우리집 작은방에서 한참을 살았기에 우리와 친했다. 그러다보니 엄마는 자신의 엄마에게는 우릴 맡기기보단 젊고 서울에서 자신이 챙겨주기도 했던  이모에게 우릴 맡겼던 것 같다. 우리가 시골로 가게된 이유는 아빠의 사업부도였다. 

작은 외할아버지 댁은 외갓집과 가까웠다. 동생과 나는 작은 외할아버지 댁에서 기거했지만 가끔은 외할머니를 찾아가곤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외할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동네 가운데쯤에 있는 연못으로 낚시를 하러가셨다. 외할아버지가 들고온 낚시대는 대나무로 만든, 지금 생각해보면 조악했을 그런 낚시대였다. 하지만 낚시대라고는 외할아버지의 대나무 낚시대가 처음이었던 나는 원래 그런 건줄 알았다. 그 작은 연못에서 할아버지는 몇 마리의 물고기를 낚으셨다. 무얼 얼마나 잡았는지, 잡은 물고기로 무얼 해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나무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것과 나를 데려갔다는 뿌듯함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이것이 낚시에 관한 내 첫 번째 기억이다.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의 저자 한창훈 작가는 거문도에서 태어나 일곱살 때 낚시를 배웠고 아홉에는 해녀 외할머니에게 잠수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게다가 지금은 글을 쓰며 낚시와 채집을 하며 살고 있다고 하니 나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랐으며 낚시에 관해서도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나는 상황인거다. 그는 차곡차곡 쌓인 바다생활이라는 자산을 가지고 정약전 선생이 쓴 자산어보를 통해 자신의 자산어보인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를 써냈다. 작가는 어릴 때의 기억, 다시 섬으로 들어와 부대끼며 살게된 이웃과의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 자신이 경험한 바다생물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고 있었다. 


개정판은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가 제목으로 나왔다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저자
한창훈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8-14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식객 허영만, 배우 고두심, 언론의 강력추천 "위험할 정도로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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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라고는 외할어버지의 대나무 낚시대와 이십대 때 동호회에서 함께 갔던 망둥어 낚시에서의 처절한 실패밖에 없는 내 주제에 나만의 자산어보를 써보고 싶다라고 은밀히 말하고 다녔는데(내 블로그를 뒤져보면 가뭄에 콩 나듯 그런 말이 나온다) 책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를 읽고나니 ‘이런 젠장’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욕심이 과했다. 일전에 들은 유시민 작가의 강의에서도 글이란 자신이 가진 것에서 나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독서일기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편에서도 썼듯 수산물 호구인 주제에... 그야말로 '지랄하고 자빠졌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스타일의 책은 써보고 싶다. 바다생물이 아닌 다른 걸로 쓰면 되지 뭐... 라고 이야기하지만 내 삶을 관통하는, 한창훈 작가와 같은 단 하나의 주제가 생각나지 않는다. 아... 식재료의 불모지 서울태생인 것이 아쉽다. 게다가 아빠의 사업실패로 맛있는 걸 먹고 자라지도 못했으니 더욱 아쉽다. 그리하여 닉네임은 ‘먹는언니’지만 ‘먹는언니’로 살아보니 좀 부끄럽다는... 독서일기 쓰다 신세한탄까지 하고 있다. 아무튼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는 이런 생각들을 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바다생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소설처럼 재미있다. 낚시법이나 음식조리법에 관심없으면 패스하면된다. 각종 바다생물에 얽혀져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흡사 <심야식당>을 읽는 것과 같은 재미를 준다. 만화나 드라마 등으로 멀티유즈되도 좋을 것 같은 컨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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