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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가파도엔 지금 청보리가 한창이다. 딱 요 시기에만 볼 수 있다는 푸르름이 넘실거리는 청보리밭의 향연. 이 소식을 제주에서 듣는 순간,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모슬포항에서 약 20분정도 배를 타고 가면 가파도가 나온다. 가파도는 마라도 가기 전에 있는 섬이지만 그 생김이나 느낌은 마라도와 또 달랐다. 마라도를 갔을 때 첫 느낌은 화산섬의 매력이 느껴지는 상남자였다면 가파도는 푸근한 엄마같았달까. 게다가 청보리로 뒤덮여있으니 더더욱 ‘대자연의 어머니’같은 느낌이었다.
섬주민들은 청보리를 만끽하러 들어온 여행자들에게 직접 채취한 미역, 우뭇가사리 등을 경운기에 실어 판매하고 있다.
섬 입구에 식당이 몇 개 있고 섬을 가로질러 작은 마을에 도착하면 거기에도 식당이 몇 개 운영되고 있다. 우리 일행은 ‘가파도’를 주제로 만들어진 방송에서 본 빨간 간판의 짬뽕집으로 들어선다. 방송에선 식당 사장님은 해녀 아들이었다. 어머니가 물질을 하여 잡아온 해산물을 구입하여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지인이 주문한 해물짜장
내가 주문한 해물짬뽕
짬뽕 한 그릇엔 바다가 그대로 들어있었다. 국물은 깔끔하며 식재료에서 우러나온 특유의 단맛이 스며들어있었다. 면을 먹으며 하나씩 빼먹는 홍합이며 뿔소라는 맛있고 흥미로웠다.
자, 한 그릇 먹었으니 다시 돌아볼까. 국수여행의 미학은 맛있게 먹고 난 후 걸어서 풍경을 즐기는 것이다. 가파도는 배에서 내려 2시간정도면 섬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섬을 가로질러 청보리와 조우하고 섬주민들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집 마당을 기웃거리다보면 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봄의 가파도는 청보리가 메인이고 섬을 둘러싸고 있는 드넓은 바다는 덤이다.
대지의 어머니의 기운을 듬뿍 받고 돌아왔다. 청보리도 함께 있으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섬은 빛날 수 있다는 것. 물론 가파도 도민들에겐 일상이겠지만 내겐 새로운 감각이었다. 언제 또 이 광경을 볼 수 있을까. 기억의 앨범에 고이 꽂아두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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