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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도서관의 ‘쉼터 속의 인문학’ 두 번째 시간. 사실 주제는 ‘문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였지만 내게는 ‘공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강의였다. 교수님 역시 강의 서두에 자신이 공부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 사연부터 이야기를 해주셨다. 교수님이 대학 2학년 때였단다. 과목 이름은 뭐라고 하셨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여튼 그 수업을 들어가니 당시 교수님이 ‘한국인의 죽음과 삶’에 대한 리포트를 쓰는 게 수업이라하셨고 강의는 없다고 하셨단다. 대신 리포트를 쓰면서 자문할 것이 있으면 자신에게 오라고 했단다. 

제주출신인 김은석 학생(당시 ^^)은 제주의 무덤을 주제로 리포트를 써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주제를 들고 교수님을 찾아갔단다. 사실 제주의 무덤은 좀 특이하긴하다. 사각형 돌담 안에 무덤이 있으며 그 무덤은 산에도 있고 밭에도 있고 오름에도 있다. 내가 신기했던 건 사각형 돌담도 돌담이지만 제주를 돌아다니면 밭에 그러한 무덤이 조성되어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용눈이오름에서 본 무덤



김은석 학생의 이야기를 들은 당시 교수님은 제주무덤과 비슷한 사례를 한국 다른 지역에도 있는지 찾아보라고 했고 그걸 찾아보니 규모는 다르지만 고구려의 창군총이 그러했고 또 백제의 어떤 무덤도 그러했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들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이런 자료를 찾고는 교수님께 다시 갔더니 이번엔 세계에서 그런 무덤의 사례가 있는지를 조사해보라고 하셨단다. 그래서 또 쭉 찾아봤더니 인도네시아가 그랬다고... 여튼 그런 식으로 공부를 해나가는 게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인연을 맺게된 교수님과 김은석 학생은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건  둘 다 ‘김해 김씨’였다는 점이었다. 그런 계기때문이었는지 김해 김씨의 시작인 김수로에 대해서 공부를 하게되었고 그의 아내인 허황옥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이했던 건 그들이 세운 나라, 가야의 상징이 물고기 두 마리였다는 것이었다. 어떤 절에 물고기 두 마리 그림이 그려져있다는 걸 알게된 것이다. 여기서부터 둘의 공부는 시작된다. 엄밀히 말하면 연구가 되겠다. 그 과정은 15년정도 지속되었는데 여기서 그 과정을 모두 기록하는 건 불가능하다. 사진을 보여주며 쭉~~ 시작된 그 이야기를 내가 어떻게 다 기억해서 요약하겠는가. 하지만 참으로 대단했고 참으로 재미있었다. 어찌됐든 이 물고기 두마리가 왜 거기에 있느냐를 파헤치기 위해 15년간 인도, 중국 등을 가고 옛 문헌을 뒤지는 등의 연구를 하여 마침내 그 연결고리를 찾아냈다고 한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물고기 두마리가 아니라 거기에서 시작되어 쭉~ 이어진 공부방법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가는 것이 곧 공부이리라. 그러면서 돌하르방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셨다. 돌하르방은 ‘석상’의 하나이다. 이 석상 문화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나라에 비슷비슷한, 혹은 독특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단다.

왜? 공부는 이 물음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했다. '세상을 넓게봐야한다. 묻는 것만큼 보인다'라는 게 강의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풍부한 자료와 흥미로운 가야이야기. 기립박수를 치고 싶을만큼 재미있고 의미있는 강의였다. +_+


 

사실 교수님만큼 연구하기는 쉽지 않다. 지식도 있어야하고 연구비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을지라도 좋은 질문을 해야 좋은 답도 나올 수 있는거다. 하지만 꼭 거창한 연구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교수님만큼 못 될지라도(나는 교수가 아니니까) 소소하게나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답을 찾아가면 그게 공부겠다. 

다음주는 ‘음식’에 대한 강의를 해주신다고 했는데 또 어떤 관점을 보여주실지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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