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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나는 제주에서 국수여행을 했다. 왜 국수여행을 제주로 갔는가에 대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이야기는 일단 패스하기로 한다. 어찌됐건 제주에서 7박 8일간 보냈는데 그것은 내 생애 최초의 나홀로, 그리고 최장기간의 여행이었다. 낯설게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고 어색하게 렌트카를 예약했고 지인을 통해서 난생처음 게스트하우스라는 곳을 예약하기도 했다. 감정의 절반은 불안했고 절반은 설레였다. 그 역시도 익숙하지 않은 감정의 출렁거림이었다. 

올빼미족인 나는 제주에 와서 종달새족이 되었다. 게스트하우스는 월정리 해변 근처에 있었는데 거기선 저녁엔 할 일이 없었다. 지금은 편의점도 생겼지만 그 때만해도 카페는 저녁 8시면 문닫고(성수기가 아니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허름한 슈퍼가 전부였다. 동네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낮에 너무 돌아다녀서 올빼미족의 품위(?를 지킬래야 지킬수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별도의 입장 시간이 없는 곳을 쏘다니고 국수를 먹었다. 7박 8일동안 딱 한 번 빼놓고 전부 국수로 식사를 했다. 나도 참 대단하다. 

그 때 갔던 곳은 감귤박물관, 새연교, 우도, 관덕정, 교래자연휴양림, 제주돌문화공원, 동문시장, 마라도, 곽지과물해변, 장한철산책로,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불턱, 비자림, 산천단, 삼성혈, 삼양동선사유적지, 성읍민속마을, 세화벨롱장, 송악산, 알뜨르비행장, 와흘본향당, 이중섭미술관 & 거리, 국립제주박물관, 제주현대미술관, 저지라예술인마을, 조랑말박물관, 주상절리, 함덕서우봉해변, 항몽유적지, 해녀박물관 등이다. 물론 갔던 국수집도 상당하다.  

올 봄, 나혼자 또 다시 제주로 내려갔다. 이번엔 4박 5일정도. 작년에 가지 않았던 곳을 가보기도 했고 해보지 않았던 짓도 해봤다. 짧았지만 이 역시 재미있게 보냈다. 이 땐 짧은 일정이라 많이는 못 다녔고 가파도, 우도, 구엄리돌염전, 산방산, 제주민속오일장, 장한철산책로, 종달리, 추가김정희 유배지 등을 다녀왔다. 물론 국수집도~ 

그러던 늦봄 어느 날, 친구들과 3년동안 부었던 여행적금을 만기해약하고 여행을 가려고 계획을 잡기 시작했다. 강원도, 안면도 등의 장소들이 나왔지만 최종적으로는 제주도로 결정이 되었다. 출발일은 6월 7일이었다. 

친구들과의 여행까지 제주도로 결정된 후 평소와 같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TV로 제주도 배경의 드라마가 나오는 게 아닌가. ‘멘도롱또똣’이었다. 드라마 내용은 둘째치고라도 제주도의 풍경이 정말 예뻤다. 안 그래도 제주에서 살아보고 싶다라는 욕망을 가지고 있던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친구는 이 드라마를 보고 획까닥~ 돌아버리게 된다. 디데이는 6월 7일, 친구들과 여행을 한 후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두달정도 눌러산다, 왔다갔다하는 비행기표값이 아깝다는 게 그 이유. 이것이 우리의 계획이었다. 

친구와 나는 급하게 숙소를 구하기 시작했다. 급작스럽게 결정된 사항이라 어디에 가서 숙소를 구해야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급한대로 ‘제주도 한달살기’ 카페에 가입해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5월이었는데도 벌써 어지간한 곳은 7~8월이 다 예약된 상태였다. 비용도 장난 아니였다. 7~8월이 성수기였기 때문에 좀 괜찮다 싶은 곳은 100만원을 훌쩍 넘어가기 일쑤였다. 

마음이 급해졌다. 숙소는 비쌌고 물량도 없었다. 게다가 6월 7일 전에는 숙소를 구해야했다. 돈만 있으면 뭐가 문제겠냐만 한푼이라도 아껴야하는 상황인지라 하루종일 검색에 검색을 거듭했고 카페에 숙소구한다는 글도 올렸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쪽지는 많이 오드라. 

그러다 작년에 지인의 소개로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생각났다. 꼭 그 곳이 아니더라도 워낙에 마당발이신 거 같은 포스를 풍기셨던 분이라 주변의 남는 숙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분으로부터 마침 한달살기용으로 숙소를 준비하고 계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조금 준비는 덜 됐지만 들어오실래요? 공과금 포함 월 60만원. 무조건 콜이었다.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지인이 없어도, 포털 카페가 아니여도 숙소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것은 ‘제주 오일장’에서 ‘월세’ 줄광고를 참고하면 된다. 원래 오일장은 벼룩시장과 같은 종이정보지지만 온라인도 있다. ‘제주 오일장’으로 검색해보시라. 대부분은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연세지만 줄광고의 월세 부분은 풀옵션에 1-2달정도 살 수 있는 숙소정보도 많았다. 월, 수, 금 업데이트된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숙소가 해결된 후 차를 가져갈 생각으로 배 티켓을 예매했다. 물론 두달을 살아야하기 때문에 그만큼 짐도 많았다. 다른 친구들과는 제주에서 만나기로하고 우리는 6월 6일 밤에 전남 장흥 노력항으로 차를 몰고 갔다. 밤을 새우며 교대로 운전을 하며 갔는데 나중에는 시간도 좀 남고 피곤하기도해서 어느 휴게소에 차를 세워두고 1시간정도 잔 것 같다. 가로등이 곳곳에 켜져있는 휴게소여서 별 수 없이 가로등과 최대한 떨어져서 차를 세워놓고 잤는데 나중에 보니까 차에 벌레들이 어마무시하게 덕지덕지 붙어있더라. 

잘 때는 컴컴했는데 일어나니 슬슬 동이 트고있었다. 우리는 다시 힘을 내어 장흥항으로 출발했다. 

당시는 ‘메르스’로 한참 술렁이던 때였다. 그래서 준비해 간 마스크를 쓰고 배를 탔는데 메르스의 여파로 여행을 많이 취소했는지 배에 사람이 별로 없었고 마스크를 쓴 사람도 별로 없었다. 우리만 유난떠는 꼴이 되었는데 한 번 쓴 마스크를 중간에 벗기도 민망해서 꿋꿋하게 계속 쓰고 있었다. 배에서 내려 체온재고 소독약같은 거 뿌리는 거 맞아주시고 입장, 그렇게 친구와 나의 제주 두달살이가 시작되었다. 


▲ 차 유리엔 덕지덕지 붙은 벌레들의 흔적이 여력하다. 



 '졸면 죽음’이란 무시무시한 뻘건 안내문을 지나치며... 역시 차유리엔 벌레의 흔적이 덕지덕지. 



 우리를 제주로 데려다 준 노력항의 오렌지호. 



 배 안에서 한 컷. 배멀리가 심해서 키미테 붙이고 자버렸더니 괜찮았다.



 발열 감시 받으시고 제주로 들어왔다.



 제주 첫 식사, 역시 국수! 동복리 해녀촌의 회국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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