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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의 주인공은 홍어장수 문순득이다. 그는 지금의 전남 우이도에서 나고 자랐다. 지금도 그가 살았던 집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으며 그의 후손이 살아가고 있다. 그가 표류를 시작했을 때 나이가 25살이었다고 하니 다큐를 보는 내내 그 나이에 적응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순득이 살고 있던 우이도는 마침 손암 정약전이 유배를 가 있던 곳이기도 했는데 문순득이 3년 2개월의 표류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오자 정약전은 그를 찾아가 표류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정약전은 <<유암총서>>라는 책 속에 95쪽 분량으로 '표해시말'이라는 이름으로 기록을 남겼다.
홍어장사를 하다가 돌아오는 길에 풍랑을 만난 문순득은 1802년 1월 29일에 당시 일본의 독립국이었던 유구국, 지금의 아마미오시마에 표착을 하게 된다. 그는 거기서 낯선 나라의 언어를 빠르게 익혔으며 100여개의 유구의 단어를 한글로 옮겨 '표해시말'에 남겼다.
유구국은 일본으로 편입되면서 그들의 언어 사용을 금지당했기에 지금은 유구언어가 거의 없어졌지만 그들의 전통시가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문순득이 적어놓은 유구의 언어와 전통시가의 가사는 일치했다.
유구에서 머물렀던 8개월을 생활을 마치고 중국을 통해 조선으로 돌아오려고 항해에 오른 문순득은 운이 없게 다시 풍랑을 만나 여송국, 지금의 필리핀으로 다시 표착하였다. 때는 1802년 11월 1일이었다. 한자 문화권이 아니였던 여송은 조선후기까지 교류가 거의 없던 곳이었다.
당시 그가 머물게 되었던 지금의 필리핀 일로코스는 16세기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 건설되어 유럽과 중국의 문화가 결합된 역사가 거리에 아직도 남아있다고 한다. 문순득은 그 모습들을 직접 본 것이다.
아, 나도 가 본 나라가 중국과 일본, 그것도 출장으로 갔기에 중국에서는 버스와 호텔을 왔다갔다했고 일본에선 세미나 현장에서 취재하고 있었던 터라 제대로 여행을 못 했는데 말이다. 참 부끄러워진다. 물론, 문순득은 어쩔 수 없는 '표류'의 입장이긴 했지만.
어쨌든 문순득은 여송에서 9개월 정도를 산다. 놀라웠던 것은 언어도 안 통했던 그가 천을 짤 때 사용되는 실을 사서 노끈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라면 어땠을까? 물론, 먹고 살기 위해 뭐라도 했겠지만 그처럼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지는 못했을 것이다.
'표해시말'에 그토록 자세하게 기록될 수 있었던 것은 문순득의 기억력 덕분인데, 표류되었다는 생각으로 마냥 우울해하고 있었다면 주변에 뭐가 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뒤에 정약용의 제자인 이강회가 그를 만나 다른 나라의 선박의 생김새와 쓰임새를 인터뷰를 하여 조선최초의 선박관련 논문인 <<운곡선설>>의 집필에 참고했다는 사실을 보자면 표류한 지 수년이 흐른 뒤에도 생생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유심히 관찰하고 기억했던 그의 긍정적 마인드가 더욱 놀랍다.
1803년 8월. 그는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금의 마카오인 광동 오문으로 떠난다. 청나라 때의 표류민 심문기록에는 '문순득'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200여년 전 조선사람이 마카오를 다녀갔음을 공식적으로 증명해주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지금과 달리 200년 전에는 표류로 인해서든 외국의 문물을 경험하고 온 자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문순득이 표류한 3년 2개월이라는 시간은 최장기간 표류였으며 그가 거친 일본, 필리핀, 그리고 마카오, 난징, 베이징 등을 거친 최장거리 표류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그는 생계까지 이어가야 했으므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경제생활을 했고 문화, 생활을 경험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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