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블로그 이전했습니다 : http://welikenoodles.com




대구 갈 일이 생겼드랬다. 허구헌 날 서울과 용인에서 맴돌던 나, 오랜만에 다른 지역 국수를 맛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래서 간 김에 들려봐야할 국수집 두 곳을 선정, 방문하기로 했다. 그 중 한 곳이 바로 '가창 칼국수'.

왜 이 곳을 선택했냐면 예전에 '먹거리 X파일'에서 착한식당으로 선정됐는데 착한식당이라서 갔다기보다는 우리밀을 직접 농사지어 그걸로 칼국수를 만들어 판다고 소개하는 걸 보고 호기심 폭발했기 때문이었다. 내 입장에선 대박이었다. 농사를 지어 칼국수를 만들어 팔다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 아냐?




묵직한 항아리 그릇에 나온 칼국수. 내 앞접시에 덜어 먹는데 이거이거 국수가 뚝뚝 끊긴다. 얘가 밀이냐? 메밀 아냐? 뭔가의 의심 속에... 같이 간 분은 밀가루 맛이 아닌 거 같다고도 하시고.





반찬을 한방에 몰아 찍기. 오른쪽에 살포시 놓여있는 저 고추. 진짜 맛있었다. 나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다 감탄. 직접 키우신다고 한다. 김치는 솔까말, 내 입맛은 아니였다. ㅠ.ㅠ

칼국수는 시골 할머니가 끓여주시는 맛이랄까? 솔직히 울 할머니는 국수를 끓여주신 적이 없다. 대구에서 가까운 경북 군위군이 외갓집이었는데 생각해보니 국수 종류는 먹어본 적이 없다. 아마 시골이라 국수를 구하기 힘들었던 것일까? 실제로 외갓집이 있던 동네는 구멍가게 전문이 없었다. 그러니까 어떤 할머니가 집에서 물건 조금 갖다놓고 파는 게 전부였는데 기억에 뉴수가(이거 아실랑가?), 막걸리... 뭐 이정도였던 거 같다. 가물가물.

그래서 오일장이 열려야 농사물도 내다팔고 그걸로 다른 걸 구입해오시기도 하셨는데 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던건지... 여튼 그래서 할머니의 국수맛은 잘 모르겠지만 왜 그런 거 있잖은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머릿 속의 맛. 할머니 손맛. 두둥.






신기했던 건 호박맛, 깨맛 등이 하나하나 살아있더라. 이게 진짜겠지? 먹다보면 국수가 뚝뚝 끊겨서 나중엔 숟가락으로 건져먹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국물맛이 좋아서다. 면만 빼면 국물을 스프로 마셔도 무방하겠더라. 이제와 다시 칼국수를 떠올려보면 좋은 느낌이 남아있는 걸 보니 맛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맛을 음미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나보다. -.-;

식사를 다 하고 사장님께 여쭤봤다. 왜 국수가 뚝뚝 끊기냐고. 그랬더니 우리밀이 그렇단다. 점성이 별로 없어서 콩가루를 넣어야된다고. 아...   거 신기한 놈일쎄. 이래서야 쭉쭉 늘어나는 외국밀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경쟁력이 있을까싶기도 하다. 물론 맛과 효능이 다르겠지만 식감이 메밀과 비슷하다면 아무데서나 잘 자란다는 메밀과도 쨉이 안될 거 같다. 그래서 우리밀이 점점 사라졌을까 싶기도 하고.

혹시나해서 밀을 직접 재배하시냐 여쭤보니 지금은 파종해서 없고 6월쯤 와야 볼 수 있다고 하셨다. 아, 6월. 6월에 또 대구에 와야하는가? 어찌 기회가되면 다시 가보고 싶다.

울 엄마가 그랬지. 니 태몽은 밀밭이었다고. 난 그런 뇬이다. 엄마 뱃 속에 있을 때부터 난 국수와 인연이 깊었던거다. 사실 태몽의 후반부는 밀밭이 점점 클로즈업되면서 뿌리에 득실거리는 벌레가 펼쳐졌다지만 그래도 웬지 태몽이 그랬다니까 밀밭이 더 친근한 건 사실이다.






재미있는, 그리고 맛있는 칼국수를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국물맛을 잊지 못할 거 같다. 참, 양념간장을 넣고 먹으면 그 맛이 또 달라지는데 양념간장 속에 간간이 들어있는 매운 고추맛도 좋았다. 그냥 먹다가 양념간장을 풀어서 먹으면 두 개의 맛을 즐길 수 있을 듯.

덧붙임.

대구는 이모댁이 있는 곳으로 어렸을 때 자주 들리곤 했었는데도 불구하고 산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이번에 갔을 땐 겹겹이 둘러쌓여있는 산들을 보며 대구는 참 산이 많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지리시간에 배운 사실이 떠오르더라. 대구는 분지다. 아, 산이 둘러싸고 있어 그렇구나... 이제사 직접 눈으로 확인하다니... 어렸을 때 난 뭘 보고 있었던거지?

평일 2시쯤 되는 시간이라 동네 자체가 무척 한산했는데 감나무에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풍경을 보니 기분이 좋아지더라. 근처에 카페도 하나 있어서 커피 한 잔 때리는데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지방에서 강의의뢰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 흐흐흐~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