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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TV에서 영천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봤다. 그리고 꽈배기에 대한 호기심도 강해졌다. 박스로 꽈배기를 사간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떡볶이는 없을까? 아니나다를까 크기가 새끼 손가락 만하다고 해서 붙여진 '손가락 떡볶이'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결정,
"이번 떡볶이로드는 영천시장이다!"
서대문역과 독립문 역 사이에 위치한 영천시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제법 있는 곳이었다. 어떤 분이 자신의 고향집 근처의 시장과 비교도 안된다고 해서 엄청 작은 줄 알았는데 서울 촌년이 바라본 시장의 규모는 제법이었다. 아침밥까지 패스하고 오로지 떡볶이를 향한 비장한 발걸음을 내딛었지만 검색을 통해 사전에 미리 봐둔 떡볶이집은 보이지 않았다.
길~~게 형성되어 있는 영천시장을 관통하여 끝까지 걸어가보니 맨 끝에 원조 영천시장 떡볶이집이 나타났다. 그러니까 서대문역 쪽에서 영천시장을 가면 맨 끝쪽이고 독립문역 쪽에서 영천시장에 진입하면 첫 번째 집이렸다. 우리는 서대문역 쪽에서 갔기에 끝까지 걸어가야 했다.
중간중간에 꽈배기 집도 보였는데, 아무래도 외부 건물에 있었던 것 같아 그냥 통과했다. 역시나 떡볶이를 먹으면서 여쭤보니 시장 밖에 위치해있었다.
과연, 떡볶이는 새끼 손가락 만했다. 사진 속 새끼 손가락은 내 손가락인데 보통 사람들보다 짧아서 웃음거리가 되곤 했던 내 손가락이니만큼 떡볶이가 얼마나 앙증맞은 크기인 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크기의 떡볶이는 숟가락으로 국물과 함께 떠 먹기 딱 적당한 크기였다. 한 입에도 쏙~ 일반적인 떡볶이는 숟가락으로 반으로 잘라 먹곤 했는데 여기는 그냥 먹으면 된다.
배가 고픈 나머지, 떡볶이, 꼬마김밥, 튀김까지 시켰다. 아, 오늘도 떡볶이로드의 동반자 요술상자와 함께 했다. 원래는 떡볶이와 김밥만 먹고 꽈배기를 먹으려했지만 눈 앞에 펼쳐진 음식들에게 정신이 나가서 이것저것 다 시키고 말았다.
특히나 꼬마김밥은 요즘 웬만해선 발견되지 않은 희귀 아이템(?)인데 여기엔 있어서 넘 좋았다. 내가 가는 곳마다 꼬마김밥이 없는건지 아니면 요즘 대세가 그런건지는 알 수 없으나~ 암튼 여기에선 6개에 2천원하는 꼬마김밥을 기쁜 마음으로 시킬 수 있었다.
이것이 손가락 떡볶이. 한 입 먹는 순간, 옛날 떡볶이 맛이 생각났다. 특히나 파가 다른 곳 떡볶이집들보다 크게 들어있어 나는 정말 좋았다. 옆에서 어떤 남자 분은 혼자서 떡볶이 2인분에 튀김까지 드시더라. 우리가 앉은 의자는 따끈따끈하게 불이 들어와서 기분도 좋았다.
꼬마김밥과 튀김모둠. 튀김옷이 두껍긴 하지만 바삭바삭한 편이다. 특히나 오징어튀김에선 옛날 맛이 났는데 우리가 학생 때는 오징어튀김이 보통 마른 오징어 다리를 물에 다시 불려서 만들곤 했다. 그 맛이었다. 요즘 세대들은 어떨런지는 모르겠지만 내 경우는 어려서 먹던 그 맛이라 그 역시 반가웠다.
세월이 흘러 더 좋은 식재료로 더 좋은 환경에서 만들어진 음식들이 나온다하더라도 추억의 그 음식 맛 만큼은 여전히 힘이 쎈 것 같다.
먹다보니 옆에 사진이며 안내문구가 걸려있다.
사진은 최소 몇 년 전에 찍은 거 같은데 문구를 읽어보다보니 이런 문구가 쓰여있다.
"먼지 폴폴 날리는 운동장에서 한바탕 공을 차고 난 후 달려간 떡볶이 집. 주황색 천막 아래 모여 앉아 먹던 떡볶이 ‘100원 어치’는 신나는 오후 마침표이자 즐거움의 상징이었다."
그랬다. 나 어릴 적에도 아빠에게 "아빠, 100원만~"이라 졸라 100원을 타서 그 길로 떡볶이집으로 향했다. 때론 100원 마저도 없으면 50원짜리 달랑 들고가서 10원에 1개 주는 아주머니에게 떡볶이 5개를 받아들고 아껴가며 먹은 적도 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나의 떡볶이 사랑은 여전했다. 요즘 아이들은 방과 후 수업을 하지만 나는 방과 후 떡볶이였다. 삼삼오오 떼지어가서 거의 매일 떡볶이를 먹었다. 그 때도 떡볶이 한 접시에 100원이었다. 영천시장 원조 떡볶이는 그 때 그 맛이었다.
오뎅까지는 차마 먹지 못했지만(넘 배부를까봐) 그 모양이 재미있어서 한 컷 찍어봤다. 긴 막대기를 올려두고 다 익은 오뎅꼬치를 올려놓는다. 이 모양이 재미있다고 이야기를 하자 사장님은 "오뎅이 뿌니까"라고 말씀하신다. ^^
우리가 먹는 동안 사장님은 떡볶이에 고추장 조금, 설탕 더 조금을 넣고 오뎅국물을 부어 떡볶이 국물을 만들어내신다. 그리고 옆에서 말랑말랑한 작은 떡볶이 떡을 떼어내기 시작하셨다.
우리는 그렇게 푸짐하게, 다음 먹거리를 먹을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고 빵빵하게 배를 채우고 나왔다.
사실 꽈배기는 포장해갈 생각이었다. 떡볶이집을 나와 바로 보이는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끝에 꽈배기 집이 나온다. TV에서 보던 곳 많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마어마한 광경이 펼쳐진다. 3-4명이 되는 분들이 서서 꽈배기를 꼬고 있었으며 그 옆으로 가마솥 같은 곳에 튀겨내고 있었다. 그 뒤쪽으로는 꽈배기를 만들기 위한 작업 및 포장 작업을... 사진 한 장 찍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차마 찍지 못하고 나왔다.
들어가자 마자 "어떻게 드릴까요?"라는 질문을 받은 나는 엉겹결에 "꽈배기 4개랑 찹쌀도넛 4개요"라고 답했는데 얼마냐고 물어보니 오작 2천원이란다. 우와. 진짜 싸구나~
아직도 뜨끈한 꽈배기를 딱 하나만 맛보겠다고 먹었는데, 세상에... 요술상자와 나는 그렇게 떡볶이를 먹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서대문역까지 가는 길, 약 600m를 걷는동안 홀랑 다 먹어버리고 말았다. 따뜻해서도 맛있었고 심플해서도 맛있었다. 특히 찹쌀도넛 속엔 아무것도 들어가 있지 않았는데 나는 그 편이 더 좋다. 이것도 옛날 스타일이다.
먹다보니 찹쌀도넛이 하나가 남았다. 유추해보건데 아마도 꽈배기는 천원에 4개이고 찹쌀도넛은 5개에 천원인 모양이었다.
기분 좋게 떡볶이로드를 마치고 가는 길은, 배고프고 추웠던 아까와 달리 든든하고 춥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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