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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전했습니다 : http://welikenoodles.com




- 블로그로 취직하다

2003년에 처음 블로그라는 걸 하고 마구 덤빈 잡지발행은 말아먹고 다시 직장 라이프로 돌아오면서는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했는데 여기까지도 그냥 신변잡기를 올리는 별 볼일 없는 블로그였다. 평소에도 마케팅 책을 ‘재미로’ 읽는 나는 ‘세스 고딘’이 쓴 ‘보랏빛 소가 온다’를 접하게 되는데 인생이 B급인 나는 그의 지향점이 좋았다. 뭐, 세스고딘이 B급지향이라는 건 아니지만 하여간 사람이 몰리는 반대 쪽으로 가라는 그의 말이 참 좋았다. 그래서 내가 운영하는 ‘먹는언니컴퍼니’ 로고도 보라색 계열이다. 나는 리마커블하고 싶으니까. 

어쨌든, 그 덕분에 ‘세스고딘 매니아’라는 카페에서 활동도 했는데 거기서 알게 된 찰리님의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된다. 아마 짐작컨데 찰리님은 나의 글과 활동을 보고 눈여겨 봤을 것이다. 그 때가 2005년이었는데 나는 블로그와 카페활동으로 그 때 벌써 취직을 했던 셈이다.





- 블로그에 브랜드를 담기 시작하다

찰리님과는 지금도 가끔 만나고 있다. 내게 늘 새로운 관점을 주시는 분이다. 그 때도 그랬다. 찰리님은 나의 고정관념들 깨뜨렸고 덕분에 개인브랜드라는 개념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그래서 신변잡기를 올리던 내 블로그엔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나의 주제로 블로깅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운영하던 네이버 블로그는 그대로 두고 차례로 3-4개의 블로그를 오픈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쓰고 싶은 게 많았을까. 하지만 지금도 나는 쓰고 싶은 게 많아 늘 가지치기하느라 고충을 겪고 있다. 물론 쓰고 싶다고 다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2부 먹는언니가 글쓰는 방법’에서 이야기할 참이다. 

그 때 운영하던 3-4개의 블로그는 ‘태터툴즈’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한 블로그였다. 태터툴즈는 네이버 블로그와 같이 서비스형 블로그가 아닌 서버에 직접 설치를 하여 사용하는 설치형 블로그이다. 검색을 통해 찾아보니 태터툴즈가 2004년 3월에 나왔다고 하니 나는 출시된 후 1년 후에 활용한 셈이다. 당시 나는 웹을 좋아하던 처자였던지라 간단한 홈페이지 정도는 스스로 만들 줄 알았기에 테터툴즈를 설치하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만든 블로그는 아래와 같다. 키포인트는 하나의 블로그에 하나의 주제를 담는다였다. 

  • 4groo : 당시 목공을 좀 배우고 있었는데 그와 관련된 블로그였다. 내가 만든 목공작품을 판매할 생각까지 있었으나 만든 가구들이 너무 무거워서 여자 혼자 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라고 생각하고 몇 개월 배우다 때려졌다. 내가 들 수 없는 작품을 어찌 컨트롤할 수 있으리오. 

  • 소심카 : 나는 2006년에 운전면허를 땄는데 면허를 따는 과정부터 초보 운전자로써 좌충우돌했던 내용을 썼다. 자동차계의 핵심 블로그가 되길 원했으나 생각만큼 내가 운전을 좋아하지 않아서 쓸 글이 별로 없어 폐쇄. -.-;

  • 똥스토리 : 화장실에 민감한 나는 화장실에 대한 에피소드가 좀 있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썼는데 반응은 좀 좋았으나 거시기해서 폐쇄. 요건 지금 생각해도 좀 아깝다. 잘 살려볼껄. 

당시만 해도 블로거와 독자(?)들이 만날 수 있는 채널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특히 설치형 블로그는 더욱 그랬다. 그래서 나 홀로 블로그를 운영하다 혼자 폐쇄하는 등 쑈를 하다가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결심한다. 


- 블로그에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담기 시작하다

그 땐 찰리님의 회사가 아닌 식품저널이라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잡지사인지라 하루에도 수십개의 보도자료가 들어오고 있었다. 심지어 기자는 취재를 나가면 신상품을 자주 들고 오곤 했으니… 그 누구보다도 일찍 시식해볼 수 있고 새로운 소식을 빨리 접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내 흥미를 끄는 보도자료를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려보기로 했다. 

그 즈음 티스토리는 베타 오픈을 하여 초대권으로만 개설할 수 있는 상태였는데(지금처럼 초대권이 흔하지 않아서 그거 구하느라 좀 힘들었다) 운 좋게 한 장 얻어서 블로그를 개설할 수 있었다. 티스토리는 다음에서 오픈한 전문블로그 서비스로 네이버 블로그와 달리 자유도가 높아 디자인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고 용량, 트래픽 모두 무제한이라 네이버 블로그를 버리고 이 쪽을 선택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네이버에서 할 껄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내 성향이 그런 걸 어쩌랴. 

원래 취지가 재미있는 식품뉴스를 올리는 것이었던지라 티스토리 주소는 http://foodnews.tistory.com 이다. 이 때만해도 먹는언니라는 닉네임도, foodsister.net이란 도메인도 없었다. 근데 뭔가 어울리는 닉네임을 가지고 싶었다. 몇 일을 고심고심하다 우연히 밥 먹다 ‘먹는언니’라는 닉네임을 생각하게 된다. 이거 완전 좋은데~ 이러면서. 지금도 이 닉네임은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하고 상표등록까지 해두었다. 

이젠 도메인이었다. ‘먹는언니’를 영문화하려니 참 어려웠다. 영어 젬병인 나는 혹시 eating sister일까? 했으나 알고 보니 그건 먹히는 중인 언니라는 뜻이라고. 허걱.  후덜덜한 영문이었다. 그 날도 밥을 먹고 있었을게다. 쉬운 단어의 조합을 원했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 아다리(?) 맞는 영문장이 아니면 어떠냐. 걍 쉬운 조합으로 가자. 콩글리쉬도 나쁘지 않잖아?”

그렇게 탄생한 도메인이 foodsister이다. 처음엔 foodsister.net만 구입했지만 도메인 등록에 취미가 있는 나는 이내 foodsister.com/co.kr/kr까지 다 구입해버린다. 지금도 계속 연장을 해오고 있다. 

2006년 11월에 오픈한 ‘먹는언니의 Foodplay’라는 블로그는 먹는 것만 쓰기로 했다. 그 전에도 워낙 신변잡기를 써오고 여러가지 주제로 글을 써왔던터라 다른 이야기도 쓰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참았다. 그리고 이 블로그도 운영하다 폐쇄하면 나는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운영을 했다. 때마침 메타사이트도 나와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생겼고 생각지도 않게 내 블로그엔 많은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 먹는언니, 신문에 소개되다

블로그의 댓글을 통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블로거들을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거 소심함이 또 발동하는거다. 참석 신청을 했다가 도저히 용기가 안 나서 있지도 않은 ‘야근’을 핑계로 나가지 않았다. 그래도 호기심을 이길 순 없었다. 나는 그 다음 모임에는 기어이 나갔고 그 자리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아마 2007년이지 않나 싶다. 2007년은 블로그의 붐이 일어나기 시작한 해로 언론사나 기업들이 블로거라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던 때였다. 모임엔 블로거도 있었지만 홍보 담당자, 기업에서 나온 분들도 있었다. 그 분들의 추천에 의해 나는 ‘동아일보’에 기사가 실리게 된다. 



2007년 6월에 이 기사가 나갔으니 블로그를 오픈한지 7개월만이다. 운이 좋았다. 그 뒤로 다양한 매체에 소개가 되기 시작했다. 뉴스위크, PC사랑, 여성중앙, 매경 시티라이프, 스포츠 조선… 등등. 2년 뒤에는 시청률은 낮지만 그래도 공중파인 MBC의 한 프로그램에도 살짝 나왔다. 이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블사조 프로젝트’편에서 자세히 이야기할 예정이다. 

하나의 블로그에 하나의 주제를 메인으로 쓰기위해 (별 거 아니기도 하지만) 참고 정체성을 만들었던 것이 효과를 발휘하던 순간이었다. 


- 먹는언니의 개인브랜드를 (나름) 강화하다


모임에 나가면서 먹는언니 3종세트를 만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 그 때 정말 웃겼구나’ 싶은데 어쨌든 재미있는 활동들이었다. 

첫 번째는 명함. 저 캐릭터는 남동생에게 졸라 획득한 캐릭터다. 나도 저만큼만 그렸으면 소원이 없겠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먹는언니 캐릭터는 전부 동생이 그려준 것으로 수년 전에 그려준 거다. 당시 나는 뿔테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그런 모습을 잘 살린거다. 내 덧니까지 완벽하게. 




명함의 캐릭터를 활용해서 스티커도 만들었다. 동생에게 더 다양한 포즈로 캐릭터를 그려달라고 하면 맞을 것 같아 하나의 캐릭터로 주구장창 활용했다. 모임에 나갈 때 사비를 털어 주전부리 꾸러미를 만들고 스티커를 턱, 붙여 나눠줬다. 


  



그리고 먹는언니 편지지. 기본이 1,000장 단위라 그렇게 인쇄했는데 생각보다 편지 쓸 일이 없어 수년이 지난 지금도 엄청 많이 가지고 있다. 편지지라고 해도 디자인이 구려서…. 지금은 메모지로 활용하려고 생각 중이다. 




이번 글은 좀 길었는데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앞으로 글도 짧지는 않을 것 같은데 끊어서 올리든가 해야겠다)


1. 선택과 집중

블로그를 운영하는 목적은 다양할 것이다. 그 중에서 브랜드를 담기를 원한다면 브랜드가 어떤 포지션을 가질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에 집중하여 컨텐츠를 만들어 올려야 한다. 물론 이런 작업은 쉽지 않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하나하나 쌓아가다보면 그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내 생각엔 처음엔 초집중을 하고 어느정도 자리를 잡으면 신변잡기를 좀 올려도 된다고 본다. 사람들은 그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기도 하니까. 그런데 그 신변잡기가 너무 주제와 동떨어지거나 너무 많으면 주객이 전도되기 십상이니 굳이 비율을 잡는다면 전문컨텐츠를 7로 신변잡기를 3정도로 잡으면 어떨까 싶다.

2. 모임

어떤 식으로든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모임을 열어도 좋고 다른 분들이 여는 모임도 좋다. 하지만 진탕 놀기만 하는 모임은 생각보다 별로 의미가 없다.

3. 충실

지속적인 게 짱이다. 컨텐츠가 좀 전문가 포스가 느껴지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올리면 나중엔 전문가 포스가 느껴지게 된다. 처음부터 글 잘 쓰는 사람도 있는가? 처음부터 사진 잘 찍는 사람도 있는가? 지금도 잘 찍는 편은 아니지만 2006년에 찍은 내 음식사진을 보면 정말 입맛 떨어지게 나왔더라. 살아남는 사람이 강한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4. 기회

물론 운도 있었다. 블로그의 붐을 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회이라는 건 확실히 준비를 한 사람에게 다가오는 거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 사람에겐 기회를 잡을 힘이 없다.



블로그는 아직도 유효하다. 자신만의 컨텐츠를 초집중해서 제대로 올리면 개인 브랜드를 획득할 수 있다. 그리고 준비를 잘 하고 있으면 책을 낼 수 있는 기회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개인브랜드는 굉장히 파워풀하다. 

* 이 글을 쓰기 위해 했던 메모의 흔적




이 글은 ‘블로거에서 작가로(가)’의 연재물입니다.

연재가 끝나면 ‘구글문서’로 묶어 ‘콩책(미니북)’으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블로거에서 작가로(가)’는 이렇게 구성됩니다.

1부 블로거, 작가가 되다
2부 먹는언니가 글쓰는 방법
3부 먹는언니의 스마트하게 글쓰기 노하우

2,3부의 목차는 구성 중이며 1부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2003년, 블로그를 시작하다 http://www.foodsister.net/2868
- 멀티블로그에서 하나의 블로그로 정착하다
- 블로그 덕분에 대학을 졸업하다
-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블사조 프로젝트
- 서울시 청년창업1000 프로젝트에 합격하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안받다
- 책 한 권이 나오니 제안이 알아서 들어오다
- 글쓰기에 있어 하나의 카테고리를 점령하기로 결심하다
- 자기다움의 글들을 연구하다
- 환갑까지 콩책 100권 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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